유럽에서의 MBA: 나의 시작

한국에 있는 몇몇 지인들이 언제까지 여행하는 거냐면서 언제 돌아오냐고 물어보았다. 사실 이곳 유럽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온 이유는 EMBA 과정을 수학하기 위해 왔다. 교회에서도 뭐 공부하는지 물어보시면 MBA 공부 때문에 왔다고 해도 생각보다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 MBA는 비즈니스 마스터 과정이고 EMBA는 그중에서도 나이가 좀 있는 좋게 이야기하면 경력이 좀 있는 학생들을 위한 과정으로 대부분 7-10년 차 과정이 많이 오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경력이 낮은 과정을 지원하고 싶었지만 일한 시간들이 있어서 해당 과정으로 선택했다. 

학교는 WU(Vienna University of Economics and Business)라고 비엔나에 있는 경제, 경영 대학교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국에서는 몇몇 학교들이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좀 오는 것 같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과정에는 아직은 한국인 졸업생이나 재학생을 만나보지는 못했다. 사실 MBA는 미국으로 많이 가지만 개인적으로 유럽 내 국가를 선호했었고 영국이나 프랑스도 생각했었지만 가족들이 함께 모두 가야 하는 상황이라서 안전한 국가를 선택하다 보니 지금의 학교로 오게 되었다. 와이프는 비엔나에 오기 전까지 방통대 아니냐면서 농담반 진담 살짝 섞어 물어보았지만 유럽 내에서 그리고 비엔나에서는 경쟁력 있고 좋은 교수님들이 많이 계신다. 우리 반만 해도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에서 많이 오고 교수님들 또한 인시아드, HEC, 킹스칼리지 등 유수의 학교에서 많이 오셔서 수업해 주시고 계신다. 학비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라서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당 과정이 EMBA 과정이라서 1년 6개월~2년 전체 프로그램이 4-5천만 원 정도 한다. 미국의 억대 과정에 비하면 그나마 합리적인 편에 속한다. 첫 1년 비즈니스 코어 과정이고 그 다음 해는 세부 전공과정인데 나는 마케팅, 세일즈를 선택했다. 그 사이 여름에는 미국 스탠퍼드와 몇몇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방문해서 수업하는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다른 전공 친구들은 뉴욕이나 하버드 방문이 예정되어 있는데 마케팅과 몇몇 전공들은 캘리포니아로 가기로 되어 있다. 모든 수업 과정이 마무리되면 석사 논문도 써야 졸업이 가능하다. 

WU (Vienna University of Economics and Business)

10월부터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고 세 개의 클래스로 나눠져서 수업을 듣고 있다. 10월은 ESG, Leadership, Managing People 등 조금은 비즈니스적으로 가벼운 하지만 중요한 주제들을 공부했고 이번 달에는 Competitive Analysis and Strategy, Operations and Process management 등 기업 분석 등에 대한 주제들을 공부했다. 각 수업들 사이에는 사전 과제, 사후 과제, 그룹 과제 등이 계속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놀거나 딴 생각 할 시간이 많이 없다. 또 이번 달 주제들은 생각보다 더 심도 있는 주제들이기 때문에 미리 리딩 과제들 못 읽어가면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다. 정말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있는데 수업은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각자의 의견과 배경지식과 기술을 공유하고 건설적인 토의와 논의를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는데 다들 비즈니스 문제들과 자신의 생각들을 표현하는데 유창하다. 

각자의 나라에서 근무하고 수업 때는 잠깐 비엔나에 와서 듣고 하다 보니 수업이 모두 끝나면 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소셜라이징을 많이 한다. 11월에는 크리스마스 마켓 오픈이랑 수업 일정이 겹쳐서 끝나고 계속 다 같이 크리스마스 마켓 가서 구경하고 이야기 나누며 그렇게 저녁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것 같다. 

한번은 조지아에서 온 친구가 본인 회사 내추럴 와인을 가져와서 프레젠테이션 하면서 소개해 줬던 적도 있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차장님이 조지아에 와인 마시러 놀러 갔다 왔다고 했었는데 이렇게 조지아 동기가 와인 프레젠테이션을 하니 살짝 신기했다. 이 친구는 최근에 서울 코엑스에서 와인 박람회를 다녀왔다면서 한국 음식이 너무 그립고 배운 한국말로 나에게 대화를 시도했는데 그 모습이 참 감사하고 신기했다. 

그 사이 조별 모임도 하고 추가 리딩 자료들도 읽고 과제가 끝나기 전까지는 계속 도서관에서 살았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팀 미팅 전에 도서관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우리 조는 오스트리아 친구, 독일 친구, 루마니아 친구, 중국 친구, 나 이렇게 총 5명인데 K-pop 안 좋아하는 독일, 오스트리아 친구들에게 한국 문화를 열심히 전파하고 있다. 최근에 APT 동영상을 공유하고 나서 독일 친구는 점점 케이팝 세계에 살짝씩 흥미를 가져가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영국에 있을 때는 이 정도로 한식을 많이 찾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한식도 자주 찾아먹고 현지인 친구들이 맛집도 많이 알려줘서 살 오르면서 잘 먹고 있다. 

또 오자마자 온 가족들이 물갈이인지 정말 엄청 호되게 감기를 걸렸었다. 약국의 온갖 약들을 다 먹고 현지인 친구가 끓여준 닭고기 수프를 먹고 겨우 살아났다. 감사한 것은 해외 생활이 처음인 와이프가 처음에 와서 조금 우울했었는데 독일어 학원도 다니고, 오스트리아 현지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 저녁 모임도 나가고 현지 한국교회분들도 늘 기도해 주시면서 점점 비엔나 생활도 적응을 해나가고 있다. 

앞으로 음악산업으로 다시 돌아갈지 아니면 다른 산업 군으로 갈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일단 주어진 과제들 열심히 하면서 파워 I이지만 열심히 소셜 이벤트 참석하면서 비엔나 생활하고 있다. 이제 내년이면 만 39살, 40인데 지금처럼 늘 호기심 많고 배우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용기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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